2010년 7월 20일 화요일

2010년 07월 20일 화요일 맑음

 

사랑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게다. 먹는 거, 입는 거, 노는 거, 모든 면에서 나보다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거... 사랑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300원짜리 육개장 사발면(지금은 850원이나 받아 쳐먹더라만) 먹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먹이고 싶은 마음, 느껴본 적 있는가?

 

좋아하는 사람 잘 먹이고 잘 입히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돈 없이 사랑만 먹고 살 꺼냐는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날 사랑했던 사람들 또는 내 사랑을 받았던 사람들은 꽤 불행했을게다. 난 지독하게 가난(?)했으니까...

 

 

고등학교 때에는 금전적으로 부족함을 거의 못 느끼고 살았지만, 여자 친구라는 존재에게 투자하는 건 좀 아까웠다. 그 돈이면 나이키 티셔츠 한 벌 더 사고 말지~ 라는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어렸을 때에는 여자 친구 만나서 히히덕거리고 노는 게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친구 녀석들과 티셔츠 쥐어 짜면 땀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농구하는 걸 더 즐겼다.

집에서 부쳐준 돈으로 고시원 방 값 내고 나면 하루 한 끼 먹는 것조차 버거웠을 정도로 쪼들려 살았던 1998년의 내 사랑은 무척이나 가난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아껴주던 사람의 가슴에 대못 박으며 이별을 했다.
2년이 지난 뒤 군대에 가서는 벌이가 괜찮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는 족족 써버리는 통에 연애질하는 데에는 늘 돈이 궁했다. 뭐, 돈 있다고 백령도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제대한 뒤 한 달에 50만원 겨우 벌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주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지, 지갑은 늘 비어 있었다.

지금의 직장에 들어와서 벌이가 좀 괜찮아졌고... 나름 여유가 생겨 사주고 싶은 거 사주고, 자잘하지만 선물이랍시고 이것저것 안겨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긴 뒤의 내 사랑 역시 결국 실패였다.

 

 

 

그 사람이 늘 내게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확인한 것 이상으로 난 그 사람에게 내 사랑에 부족함이 없는지 확인하곤 했다. 그 사람은 부족함이 없다고 했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선택하기에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족하지 않다면서... 행복하다면서... 사랑한다면서... 왜 헤어짐을 선택한 걸까?

 

그렇게 잘해줬다고 생각했기에 어디 가서 나 같은 놈 만나나 봐라~ 라는 못된 심보가 작용했고, 그래서인지 미련이 자꾸 남는다. 틀림없이 후회하고 있을 거야, 돌아오고 싶어할 거야라는 건방진 착각...

 

 

결국 그동안 내가 겪은 숫한 이별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던 게지. 문제는 나한테 있었던 모양이다. 난 그 문제가 뭔지 깨닫지 못해서 다른 누군가를 만나도 또 헤어지게 될까봐 두려운 것이고...


 

 

1년에 단 하루 뿐이라는 이유로 기념을 해야 한다면 기념할 날은 365일이라며 특정일에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나인데... 지금은 문득 궁금해진다. 그 사람은 9월 6일에, 11월 3일에, 2월 24일에, 날 한 번이라도 떠올릴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데, 난 왜 이리 잊는 게 더딘지 모르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진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덧나기만 한다. 금방 치유될 줄 알았던 상처가 점점 더 벌어져서 매일 아프다. 그 사람은 어쩌다 한 번 날 생각하겠지만, 난 어쩌다 한 번 딴 생각을 한다. 어두운 밤, 모두 잠 들었을 시각에 혼자 담배 피우고 있노라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지독한 미련... 혐오스러울 정도로 멍청한 나...


 

 

고토 히로히토가 말했다. "만약 죽더라도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다면 그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다. 살아 있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은 죽은 것이다."라고...

그 사람은 아직 살아 있고... 난 꽤 오래 전에 죽은 것 같다.

그냥...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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