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1일 화요일

2010년 05월 12일 수요일 맑음

어영부영 피 같은 휴가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뭐, 엄밀히 말하면 월요일과 화요일은 비번이었고... 오늘만 휴가인 셈이지만...

 

 

야근을 마치고 숙소에 온다. 이것저것 가지고 갈 것들을 잔뜩 챙기지만 결국 뭔가 빼놓고 온다. 아무튼... 차에 올라타서 내비게이션을 찍고, 익산까지 고속 국도로 갈지, 아니면 논산에서 빠져서 일반 국도로 갈지 잠깐 고민한다.

대충 방향을 정했다면 일단 고속 국도에 올라간다. 평일 낮이더라도 기흥까지는 항상 막힌다. 평택 지나서 뚫리기 시작하면 밟기 시작한다. 정안 휴게소에 들려 우동을 먹던가 커피를 마신다. 익산에 도착한다.

가지고 온 짐들을 내리고...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시간이 간다. 마덜 퇴근 시간에 맞춰 모시러 간다. 집에 도착하면 피자 or 냉면 시켜서 밥을 먹고... 예전에 쓰던 노트북으로는 아프리카 접속해서 심슨 틀어놓고, 숙소에서 가지고 간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핑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지고 간 면세 맥주가 있다면 이 녀석을 홀짝거리고... 그렇지 않다면 마트에서 피처 사와서 내가 좋아하는 긴 유리컵에 따라 마신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익산 내려올 때의 공식이다. 물론 항상 저렇지는 않다.

완× 쌤 학원 들렸다가 퇴근 시간에 다시 만나서 소주 한 잔 하는 날도 있고... 태× 형님이나 병× 형님 만나서 한 잔 할 때도 있다. 졸업한 애들은 희×나 은× 주로 만나는데... 녀석들 먹고 사느라 바쁘고... 억지로 만나자고 하고 싶지 않아서 안 불러 냈더니 몇 개월 못 봤다. ㅋ


 

 

익산 내려와봐야... 아는 사람도 몇 안 되고... 그닥 할 일도 없고 그래서 심심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노트북 두 대 나란히 놓고, 한 대로는 애니메이션이나 예능 프로그램 틀어 놓고 다른 한 대로 게임하거나 인터넷 서핑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물론 맥주 홀짝거리면서~ ㅋㅋㅋ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당장 전역하자마자 맥주 값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워졌던 경험이 있는지라... 로또 1등이라도 당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이라도 이렇게 집에 와서 느긋하게 쉬다가 올라가는 거다.


 

영업하는 사람들이나 종교 활동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문 두드리긴 하지만... 집에 있는 동안의 나는 죽은 사람이나 다를 바 없다. 그 어떤 생산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오로지 소비만 한다. 정신적인 소비, 육체적인 소비, 물질적인 소비.

평소 작은 무언가라도 생산해내기를 요구하는 삶을 살다보니... 이렇게 소비하는 삶을 동경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됨이 마음에 안식을 준다.


 

 

지난 번에 은×랑 희× 못 보고 갔는데, 아쉬워 하는 거 같아서... 이번에 볼까 했는데, 둘 다 바쁜 모양이다. 나야 휴가 기간에는 내리 노는 사람이니까 괜찮지만, 걔들은 다음 날 출근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지들 또래랑 노는 게 좋지, 나 같은 꼰대랑 어울리고 싶어할까 싶어서 그냥 왔다고 연락만 하고 그걸로 말았다.

월요일, 화요일 모두 마덜 모시러 간 거 제외하고는 밖을 아예 안 나갔는데... 내일... 아니, 몇 시간 뒤에는 완× 쌤 학원 들려야겠다. 왔냐고 메신저 쪽지 주셨던데, 자리 비워서 바로 확인 못 했다.

일단 한 숨 자고... 눈 떠지는대로 슬렁슬렁 일어나서 서점 갔다가, 야구 연습장 가서 3,000원 어치만 공 때리고 와야겠다. 그리고 완× 쌤 만나고... 인사만 간단히 하고 집에 와야지.

마덜 퇴근 시간 맞춰서 모셔 오고... 목요일 오전에 일찌감치 가야 하니까 술 먹지 말고 바로 자야겠다.

 

마음 같아서는 고속 국도 안 타고 일반 국도로 올라갈까 싶기도 한데... 목요일에 야근 들어가야 하니까... 한 숨 자고 가려면 늦어도 13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그런 거 따지면 그냥 고속 국도 타는 게 나을 거 같다.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한 집에서의 휴가 마지막 날이다. 성남 돌아가면 또 짜증내고 열 받으면서 치열하게 살아야겠지. 느긋하게 차 끌고 일반 국도 싸돌아 다니다가 사진이나 찍고, 글이나 쓰면서... 그렇게 한량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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