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0일 수요일

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흐림


어느덧 자정이 넘어 2009년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초야 근무를 마치고 퇴근해서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하이트가 없어서 카스 사왔네요.

상투적인 말이지만, 정말로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습니다.

진급은 내년 1월 1일부지만, 명령은 올해 났지요. 올해 진급 했습니다. 이젠 8급이예요.

생각해보니... 좋은 일은 그것 뿐인 듯 합니다.

2009년은 안 좋은 일 투성이었네요. 소중한 사람 넷을 잃은 한 해였습니다.

노무현 前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지요. 자살이라고 하지만, 저는 이×박이 죽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보복... 정말 더럽더군요. 그 더러운 짓이 한명숙 前 총리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기에 더 답답합니다.

지지난 대선 때, 저는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부재자 투표 과정이 선배를 번거롭게 했기 때문에 눈치를 봤었습니다. 다행히도 던지지 못한 제 한 표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내가 지지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실망했을 겁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이겠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미(半米)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자주화가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이 깨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하는 모든 일에는 내가 차마 이해하지 못하는 깊은 뜻이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임기 후 쥐새끼가 자리를 잡은 후, 그에게 가해지는 모든 일이 더럽고 추악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가식과 거짓의 보호막 속에서 그를 괴롭히는 걸 보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게 너무나도 후회스럽습니다.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매년 그 사람을 추모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미안합니다.

그렇잖아도 엉망진창인 2009년이었는데... 민주화 투사 김대중 前 대통령 역시 돌아가셨습니다.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 때 노제에서 무리한 탓이라지요. 하지만, 그를 죽음으로 이끈 건 1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이 나라의 민주화일 겁니다.

말이 아닌, 몸으로 싸운 전사였기에... 그의 죽음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말만 앞선 우리 모두를 일깨운 선지자였으니까요.

그를 폄하하고, 지역 주의를 부추기는 멍청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와 동일 선상에 스스로를 놓았을 때, 과연 뿌듯하냐고...

저는 포항에서 태어나(재수 없는 그 새끼와 고향이 같군요) 20년을 자랐지만... 전라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힘들었던 많은 사람들을 병아리 눈꼽만큼 이해합니다. 여전히 지역 주의에 기대어 표 확보에 눈이 벌건 멍청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20세기 마지막 전사 앞에서 당당하냐고 말입니다.

내 곁을 떠나간 세 번째 사람은... 파리아스 前 포항 감독입니다. 前자를 붙이는 게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람입니다. 최순호 감독은 지금 강원에서 훌륭히 팀을 이끌고 있지만, 포항에 있을 때에는 지독한 수비 축구로 있던 팬들조차 집으로 돌려 보냈지요.

그 때의 포항 축구는 최악이었습니다. POSCO의 지원이 삼성이나 GS 못지 않던 시절에야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한 팀 운영이 가능했을테지만... 독립 법인이 된 지금은 아니지요. 물론 인천이나 대구 같은 시민 구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팀은 아닙니다.

그런 포항을 최강의 클럽으로 키운 게 파리아스 前 감독님입니다. 처음에 감독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이라고 생각했지요. 청소년 대표팀에서 호나우지뉴를 키워 냈고, 브라질 4대 감독 중 한 명이라고 했지만... 인지도는 제로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아시아의 클럽을 맡더니, 지독한 수비 축구를 최강의 공격 축구로 바꾸었습니다. 백 패스하면 벌금이라는 지침에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 했지요. 노력이 결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에는 12년만에 우승을 했습니다. 스타 플레이어 없이 이뤄낸 큰 업적입니다. 2008년에는 FA컵 우승을 했고, 2009년에는 컵 대회 우승을 했지요.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우승하더니... 말도 안 되는 편파 판정 속에서도 클럽 월드컵 3위를 차지합니다.

2010년에 포항이 리그 최하위를 했다 한들, 그를 경질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음... 홍명보 감독님에게까지 개소리 지껄이는 멍청이들이라면 가능했을테지요. 하지만, 역대 포항 감독 중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분, 파리아스입니다.

돈 때문에 사우디 클럽으로 갔다고 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는데... 프로는 냉정합니다. 결국 돈이지요. 파 감독님은 가정을 같이 고려했다고 합니다. 팀을 떠났지만, 저는 미워하지 않습니다. 포항 저지를 입었을 때 누구나 부러워 하게끔 만든 분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내 곁을 떠난 소중한 사람... ××입니다.

피가 섞인 가족보다 더 사랑했던...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떠나 보낼 때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말을 꺼내면 최악의 상황을 불러 올 것 같았기에 참았지만... 한 순간의 울컥~ 이 내 인생 최악의 후회를 불러 왔습니다.

분노와 아쉬움이 사라진 뒤,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자 후회가 크게 밀려 왔지만... 내가 먼저 손 내밀 수 없기에... 미련과 아쉬움, 후회와 추억을 뒤로 하고 잊으려 합니다.

힘들고 괴로웠을 때 내게 누구보다 큰 힘이 되어 준 사람... 누구보다 날 아껴 줬던 사람이기에... 그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게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난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해줬다면... 계속 미워하며 잊으려 노력하겠지만... 그 사람의 마음 속에 0.1g이라도 내가 남아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내 사람... 언제나 행복하고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

간단히 쓸 생각이었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뒤로 갈수록 말이 많아지기도 했네요.

시간이 흐른 뒤, 2009년을 떠올린다면... 소중한 사람 넷을 한 꺼번에 잃은 해라고 기억할 것 같습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걸어놔도 간다지요. 평범한 사람의 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웃을 때도, 울 때도, 즐거울 때도, 괴로울 때도,... 시간은 잘도 갑니다.

난 내 의도와 다르게 점점 추하게 변하고 있고요. 긍정적인 면은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있다는 것 뿐일 겁니다.

2010년 이 맘 때 쓰는 일기는... 즐거운 일 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는 게 마냥 즐거울 수 없지만... 한 해를 마무리 할 때 즐거운 일이 먼저 떠오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신세 지고, 도움 받았는데... 고맙다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 왔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뭘 위해 노력할런지 모르겠지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힘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가라, 2009년.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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