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2009년 12월 25일 금요일 비옴 Ⅱ


자기 전에 14시쯤 눈 뜰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눈 뜨니까 13시 58분. -ㅅ-

자면서 뒹굴다가 귀마개가 빠졌는데, 같이 사는 냥반이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며 게임하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 와 이불 뒤집어 쓰고 더 자려고 했는데... 역시나... 한 번 눈 떠 버리니까 다시 잘 수가 없다.

귀마개 한 쪽이 어딘가로 사라졌기에, 뒤적뒤적 찾아서 다시 귀를 막고 잠을 청했지만, 또 다시 실패... 결국 침대에서 빠져 나온 게 15시 조금 못 되서였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뭔가 안 좋은 꿈을 꿨다.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 로그인. 대화 리스트에서 두 개로 쪼개져 저장되어 있는 대화 내용을 찾았다. 더블 클릭...

아... 나... 굉장히 화 났었구나. 나... 굉장히 분노하고 있구나. 평소보다 훨씬 격한 말들이 줄줄줄 이어진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 잊고 있었다.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애매한 마음. 분노? 억울함?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인 상태였다.

시간이 흘러... 뜨겁게 달궈진 머리가 식으면서 후회와 미련이 밀려 들었다. 아쉬움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졌다.

연인들이 신난 크리스마스. 다행(!)스럽게도 비를 뿌려줬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추워 눈이라도 왔다면 더 신났을테지. 비가 와줘서 다행이다. 그 비가... 내 가슴의 먹먹함도 조금이나마 씻어가줬으면 하는 바람...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기대하는 멍청함이 내게도 있었다. 아니, 있다.

먼저 손 내밀어주지 않을 걸 알면서 그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라고 모두 들떠 있기에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포기해야겠다. 나 스스로에게 지긋지긋하다. 포기하자! → 기다리자 → 포기하자! → 기다리자 → ... 지긋지긋한 악순환이다. 더 이상의 순환은 없다. 이제... 깨끗하게 마음 놓자.

스팸에 넣어 놓고, 혹시나 하며 카드 회사 문자 확인할 때마다 확인하는 멍청한 짓, 그만 두겠다. 단 한 명만 아는 번호로 혹시나 전화 올까, 멍청하게 두 대 들고 다니던 짓, 그만 두겠다.

미니홈피 들려서 다이어리 읽으며 혼자 오만 생각 다 하는 찌질한 짓, 역시 그만 두겠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포장된 글 쓰는 거, 이게 마지막이다.

사람 마음도 두부 자르듯 한 칼에 딱 자를 수 있었으면 이렇게 괴롭고 힘들지 않을텐데... 미련이라는 게, 후회라는 게, 아쉬움이라는 게, 시간이 흐를수록 시나브로 커져 날 옥죄어 온다.

스스로 목 조르는 짓은 이제 그만둘테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해야, 그래서 그 다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라도 해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담배 못 끊는 사람들이 딱 이번 달까지만... 내년부터 끊는다! 라는 식으로 하다가 못 끊는다더라. 멍청한 기다림... 올해까지만~ 이라고 기한을 정하고 싶지만, 담배처럼 못 끊을까 두렵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부터 딱 끊으련다.

가슴 속에 쌓아둔 서운한 일 없냐고... 없다고...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말해 달라고... 없다고...

그렇게 그 사람에게 잘하려고 노력하던 중 오히려 내게 생긴 생채기가 모이고 모여 대량 출혈을 불러 일으키는 큰 상처가 되었다.

말 꺼내면 최악의 결과를 불러 올 것 같았기에 참으려 했던 거였는데... 지금은 이미 지난 일. 하고 싶은 말 많다면서 아무 말도 않고 있는 그 사람이 미울 뿐...

서운하다라니... 대체 뭐가...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에 지쳐 포기하는 내게 서운하다라는 말은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은가?

옆에 있어도 괴롭고 없어도 괴로운 존재, 친구보다 부담스러운 존재... 그런 존재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사람...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없어 화 냈던 사람... 화내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하지 않았던 사람... 언제까지 그 부담스러운 존재로 남아 혼자 힘들어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에 포기를 선택한 사람... 3류 소설이구나. 후...

나이 서른이면 고만고만한 전세 집에, 준중형 차 한 대 가지고 있고, 이미 장가 가서 딸내미 둘 두고 살 줄 알았다.

내년이면 서른 둘... 전세 집은 고사하고, 월세 방 구할 돈조차 없다. 차는 가지고 있지만 할부금 낼 날이 2년이나 남았다. 장가는 고사하고, 지나간 이별에 가슴 아파하며 찌질거린다.

그래도... 2007년에 WHO가 '발암 물질'로 규정한 교대 근무 따위나 시키는 직장이지만... 그럭저럭 먹고 살만큼 월급 주는 직장 잡아 놨는데... 한 사람 정도는 충분히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가는데... 결국은 혼자다.

교회도 안 다니면서 크리스마스네, 연말이네 하니까 괜히 우울해지는 것 같다.

같이 사는 냥반은 3일이나 연속으로 쉬는데, 왜 집에 안 가고 방구석에서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혼자 찌질거릴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을 달란 말이다. 집에나 쳐 가라고! 쩝쩝거리면서 라면 쳐먹고, 미친 듯 과자 씹어 쳐먹지 말고...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이렇게 끝인가 보다. 제... 기... 랄...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